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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화재 진압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유지비가 저렴하고 소음도 적다는 장점 때문에 전기차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자동차 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국내에 판매된 자동차 11만 3932대 중
전기차는 10,482대로 약 9.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030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 중 32%가 전기차일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선 전기차 화재 진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보섭

전기차 화재 시 전용 진압장비를 갖추고 화재 진압에 나서야 한다
(출처 electrive)
전기차 시장의 최대 주적 ‘화재’

포털 사이트에 ‘전기차’를 검색하면 ‘성장’ 같은 키워드와 더불어 자주 볼 수 있는 또 키워드가 있다. 바로 ‘화재’ 혹은 ‘리콜’이다. 물론 내연기관차와 비교했을 때 전기차가 화재 발생률이 더 높다는 통계가 따로 있지는 않다. 하지만 차량 하부에 리튬이온배터리셀이 깔려있는 전기차 특성상 화재가 발생할 경우 연쇄폭발·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 발생 문제는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 문제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기차 화재 문제는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도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다. 탑승자의 안전 보장은 물론이거니와 배터리 이슈로 인해 차량 리콜을 하게 되면 크나큰 경제적 손실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당 차량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 하락 또한 감당해야 한다.
소방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전기차 화재 발생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문제 중에 하나이다. 전기차 화재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기 때문에 연쇄적인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내연기관차에 발생하는 화재에 비해 전기차 화재 진압에 필요한 물의 양이 약 90배가량이나 더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 덮개 때문에 소화약도 잘 먹지 않고 불을 아무리 꺼도 불씨가 계속 살아나 몇 시간 동안이나 화재를 진압해야 하는 어려움까지 있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급증하는 만큼 전기차 화재 발생 또한 늘어날 테니 전기차 화재 진압 문제는 시급히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이다.

전기차 화재 현장 (출처 firecompanies)
화재가 난 전기차에 5미터 안전거리 유지하며 직사주수 하는 모습
(출처 krone.at)
전기차 화재 진압의 현주소는?

내연기관차에 발생한 화재 진압 방식으로 전기차 화재를 진압할 경우 진압에만 3~4시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특수 장비는 각 지역 소방서마다 필수로 구비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에 비해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대부분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 하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에 등록된 전기차 대수는 13만 4천대인데 반해 화재 진압을 위한 특수 수화수조는 전국에 단 2대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질식소화덮개의 경우도 전국에 총 137개의 질식소화덮개가 구비되어 있지만 전남 지방에서만 42개를 보유 중이고 경북 지방에는 질식소화덮개가 하나도 없는 실정이다.
또한 소방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차 전문 교육도 있어야한다. 전기차는 차종 마다 차문 개폐 방식이나 도어캐치의 위치 등 서로 상이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었는데 소방대원들이 사고 발생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해당 차량이 외부에서 전력 공급이 끊기면 도어캐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시스템을 가졌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해 조수석 문을 여는데 많은 시간을 소요했던 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종 별 대응 가이드를 제작·보급해 소방대원들이 각 차종별 특성을 파악해 화재 발생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대응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를 수조 컨테이너로 넣는 작업
(출처 stuttgarter_nachrichten)
전기차 배터리 화재진압을 위한 피어싱 관창
(출처 feuerwehr_goslar)
화재로부터 안전한 전기차 탑승을 위하여

지난 10월 3일, 전북 정읍소방서는 급속도로 증가하는 전기차 보급량에 발맞춰 ‘전기차 차종별 대응 가이드’를 제작 및 보급하여 훈련 자료로 활용하는 등 전기차 화재 진압 현장 대응능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전남소방본부도 지난 2월 전기차 화재 진압 훈련을 실시하는 등 각지의 소방본부 및 소방서에서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한국건설환경시험연구원에서 ‘승용전기차의 화재 진압을 위한 최적기술개발’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등 화재 진압 장비 및 기술을 구비하기 위한 노력도 잊지 않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대두되면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전기차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화재로부터 안전한 전기차 탑승을 위해 전기차 화재 진압 전용 장비와 기술 등을 더 갖춰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력을 더욱 키워 ‘전기차 화재’, ‘리콜’ 등의 키워드보다 ‘친환경’, ‘안전’ 등의 키워드를 더 많이 접하게 될 그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