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침] 사회(내년 9월부터 술병에 음주운전·임신부 '경고…)
내년 9월 술병에 '음주운전' 경고 표시…그림·문구 중 선택 표기
주류업체에 표기 선택권 부여…공간 제약·가시성 고려해 '택일' 허용
임신부·음주운전 위험성 강조…글자 크기 키우고 '고딕체' 통일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내년 9월부터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주와 맥주 등 모든 주류 제품의 라벨에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가 새롭게 추가된다. 주류 제조사는 제품의 디자인과 포장 여건에 따라 경고 문구와 경고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해 표기할 수 있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과 '과음 경고문구 표기 내용 전부개정 고시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3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음주 폐해에 대한 대국민 경각심을 높이면서도 업계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이번 개정의 특징은 주류 라벨에 들어갈 경고 표시 방법에 '선택지'를 줬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주류 업체가 경고 문구 또는 그림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복지부가 이처럼 '택일' 방식을 도입한 배경에는 현실적인 라벨 공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과음 경고 문구와 임신부 음주 위험 경고에 더해 이번에 '음주운전 위험 경고'까지 필수로 포함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복지부 정혜은 건강증진과장은 "지난해 한지아 의원의 발의로 음주운전 위험성을 알리는 문구를 넣는 법안이 통과됐다"며 "기존 문구에 음주운전 경고까지 텍스트로 다 넣으려니 라벨 공간이 너무 좁아지고 가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즉, 좁은 라벨 안에 많은 글자를 빽빽하게 넣는 대신 직관적인 그림을 선택할 수 있게 해 정보 전달력과 디자인의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주류 업체는 텍스트 위주의 경고문을 유지하거나 혹은 술잔과 자동차가 그려진 금지 표지 그림 등을 사용해 시각적으로 음주운전 금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소비자가 술을 마시는 순간 음주운전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 행위임을 직관적으로 인지하게 하려는 의도다.
경고 내용의 구체적인 변화도 주목된다. 기존에 있던 임신 중 음주 경고와 건강 위해성(발암 물질 등) 경고는 유지되면서 표현이 더욱 명확해진다. 특히 이번에 새롭게 추가되는 음주운전 경고는 "음주운전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소비자들이 경고 내용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기술적인 가독성 규정도 대폭 강화된다. 그동안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받았던 경고 문구의 글자 크기가 술병 용량에 비례해 커진다.
300ml 이하의 소용량 병이라도 최소 10포인트 이상의 글자 크기를 확보해야 하며, 1리터를 초과하는 대용량 제품은 18포인트 이상의 큼직한 글씨로 경고문을 표기해야 한다. 캔맥주처럼 표면이 전면 코팅된 용기는 기준보다 2포인트 더 크게 표기해야 한다는 세부 규정도 마련됐다.
글자체 역시 가독성이 높은 '고딕체'로 통일된다. 또한, 화려한 술병 디자인에 묻혀 경고 문구가 보이지 않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배경색과 명확히 구분되는 색상(보색 관계 등)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 만약 업체가 '그림' 표기를 선택할 경우 검은색 실루엣에 빨간색 원과 취소선을 사용해 누구나 한눈에 '경고'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표준화된 도안을 따라야 한다.
이번 개정안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국민과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확정되며, 주류 업계가 라벨을 변경하고 재고를 소진할 수 있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내년 9월 19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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