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철거공사서 매년 약 200건 재해·두자릿수 사망자 발생
일반 공사보다 위험성이 높아…사망률 전체 건설업 평균 2배 이상
70% 이상 영세업장…전문가들 "현장이행력·원하청 관리 강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6일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44년 된 보일러 타워를 철거하던 중에 발생했다.
해체·철거 공사는 안전한 작업계획에 따라 작업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붕괴 등 대형 사고를 수반할 수 있는 고위험 공사다.
국내 건축물의 경우 준공 후 30년 이상 지난 건축물이 2023년 기준 약 43%를 차지하는 등 건축물 노후화가 심각해 해체 물량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해체 공사 중 재해도 매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 해체 공사 사망률, 전체 건설업 평균 2배… 70%가 소규모 현장
9일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을 통해 분석한 건설사고 사례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토목과 건축 공사 종류의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는 총 17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로 발생한 노동자와 민간인을 합한 재해자는 총 16명이다.
토목·건설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는 ▲ 2020년 243건, 18명 ▲ 2021년 194건, 32명 ▲ 2022년 207건. 16명 ▲ 2023년 231건, 22명 ▲ 2024년 261건, 14명 등 매년 200건 안팎의 사고와 두 자릿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1년의 경우 6월 광주시 학동에서 철거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는 비극이 발생했다.
민간인도 일부 있었지만, 사망자의 대다수는 노동자들이었고, 외국인도 일부 있었다.
올해 주요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충남 서천에서는 지난 1월 구청사 건축 리모델링 공사 중 내부에 보관된 폐기물을 분류하던 작업자가 기존 건물이 일부 붕괴하면서 잔해에 깔려 사망했다.
9월 인천시 효성동 가설건축물(견본주택) 철거 현장에서는 2층 높이에서 절단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떨어져 숨졌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대부분 작업자 부주의 혹은 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미비 등이 꼽혔고, 재발방지대책은 대개 안전 교육, 안전조치 강화 등에 그쳤다.
해체공사는 통계적으로 분석해도 일반 공사보다 위험성이 높다.
한국재난정보학회가 지난 6월 발간한 '국내 건축물 해체공사 시 재해현황 분석과 안전관리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해체공사 관련 재해(고용노동부 2023년 통계)는 연간 120건 이상으로, 이에 따른 사망률은 전체 건설업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의 경우 대부분 중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고, 특히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서 전체 사망사고의 70% 이상이 발생했다
재해 유형은 추락(38%), 붕괴(31%), 낙하(18%), 협착(8%), 기타(5%) 순이었고, 발생 원인은 작업계획서 부재(27%), 구조 안정성 검토 부족(24%), 안전 감리 미이행(18%), 작업자 안전교육 미흡(15%), 안전 장비 미비(10%), 기타(6%) 순이었다.
◇ 예견된 위험…"현장이행력 강화·원하청 구조 안전 사각지대 밝혀야"
해체공사의 위험성은 이미 예전부터 지적돼 온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2017년 '철거·해체공사 표준작업안전 절차서'를 발간하면서 "앞으로 중·고층 건축물의 해체물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철거·해체로 인한 대형 안전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향후 해체공사 과정에서의 적절한 재해예방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부분적인 제도적 노력은 있었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해체공사 관리감독 강화에 나서게 된 계기는 2021년 광주 5층 건물 붕괴사고였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해체공사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해체공사의 단계별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위반 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는 가운데 제도가 잘 갖춰지더라도 현장 이행력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정보학회 보고서는 주요 재해 발생 원인을 나열하며 "해체공사의 안전관리가 계획 단계부터 시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 해체계획서에 대한 제3자 검토 의무화 ▲ 감리자의 공사 중지 권한 강화 ▲ 발주자의 안전관리 책임 명확화 ▲ 해체공사 전문 자격제도 도입 ▲ 정기적인 교육 및 훈련 의무화 ▲ 첨단기술 도입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잘 이행되는지 점검하고 이행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실효성을 끌어올릴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점검을 강화하고 점검하는 이들의 자격 기준을 제고하는 등 해체계획서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될 수 있게 지원해 제도가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고가 대부분 영세 업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들의 이행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고, 원청의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진형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건설노조 울산 수석부위원장은 "해체공사는 다른 건축공사와 달리 위험성이 높아 작업 방식이 복잡한데, (이번 사고는) 이런 작업에 미숙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에 투입돼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체계획서나 감리 강화 등 제도가 마련됐어도 이를 현장에서 따르기 어렵다면 사고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하청 구조 등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각지대의 근본적 원인을 명확히 밝혀 현장의 안전 문화와 시스템 안착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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