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에 소방서·대낮에 1층인데…모자 참변 아파트 왜 피해 컸나
경사지 건물로 거실은 1층·주방은 3층…구조상 에어매트 설치도 어려워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전날 80대 노모와 큰아들이 숨지고 작은아들이 크게 다친 부산 북구 만덕동 아파트 화재는 대낮에 1층에서 불이 났고 아파트 입구에 119안전센터까지 있는데 왜 인명피해가 컸는지 의문이 남는다.
불이 급속히 확산한 반면 일가족이 늦게 화재를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파트는 실제 1층이었지만 일가족이 대피한 쪽은 사실상 3층 높이였다.
14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아파트 화재 최초 신고는 낮 12시 22분에 접수됐다.
아파트 초입에 위치한 만덕 119안전센터에서 신고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현장 대응을 했다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짙은 연기가 창문으로 내뿜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경사로에 지어진 탓에 거실 발코니(앞쪽)는 지상 화단과 높이가 비슷하고, 주방과 옆방(뒤쪽) 창문은 지상에서 3층 높이인 특이한 구조다.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80대 노모는 주방 옆방 창문으로 애타게 손을 흔들며 구조를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는데 소방대원 도착 전 사라졌고 안방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숨진 50대 큰아들은 주방에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고 40대 작은아들은 주방 발코니 창문에서 버티고 있다 사다리로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3층 높이인 뒤편 발코니와 창문에서 요구조자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에어매트 설치 등을 검토했지만 지상에 화단과 주차장이 있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소방이 복식사다리를 이용해 구조에 나서 작은아들을 구조하고 동시에 내부에 진입해 어머니와 큰아들을 발견했다.
화재 발견이 늦어 완강기 사용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파트가 1층이라 완강기 설치 의무도 없었다.
피난기구인 완강기는 아파트 3층부터 10층까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모자가 구조를 요청했던 창문은 3층 높이였다.
북부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해 유가족과 부상자분들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선착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와 외부로 노출되고 있었던 점을 미루어 화재가 초기에 빠르게 확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요구조자가 3층 높이에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데 반대편인 1층 쪽으로 유도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며 "아마 거실(1층) 쪽으로는 이동을 못 하는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불이 시작된 곳이 아파트 현관 옆 작은 방이고 거실 쪽에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면서 이들이 반대편인 주방 쪽에서 구조를 기다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작은방과 주변에는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와 전동스쿠터 배터리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들은 화재경보기가 울리지 않아 대피가 늦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있는 R형 화재 수신기에는 경보기가 울렸다고 기록돼 있다.
경찰은 화재경보기 작동 여부도 화재 원인과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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